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겨울은 그렇게 혹독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던 빌라 단지 정문을 나서서 백화점으로 걸어가는 동선에 개미로 뒤덮인 길이 하나 있었는데 사시사철 개미들은 거기서 분주했습니다. 그들을 죽이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발을 디딜 틈이 없어 그 길을 지날 때면 필연적으로 많은 개미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은 겨울의 혹독함은 아무래도 괜찮을 정도로 녹록치 않습니다. 각설하고 성경에는 생명나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선악과와는 달리 생명나무에서 열리는 생명과는 먹으면 영생을 얻게 된다고 창세기는 기록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승에서 그 역할은 보다 포괄적으로 묘사됩니다. 지구상 어딘가에 멸종의 전당이라는 곳이 있으며 그곳에서 생명나무는 처음 뿌리를..
넣기소년의 신변잡기/탕비실 (잡담)
일본 홋카이도 남동쪽 고지대에는 인구 16만명의 작은 도시 오비히로가 있습니다. 개썰매로 유명한 곳이죠. 1956년 일본은 개썰매를 이용해 남극 탐험의 첫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썰매와 개들을 그냥 두고 돌아올만큼 탐험은 혹독했습니다. 몇 년 뒤 다시 일본인들이 남극에 갔을 때, 개들 중 두 마리가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그 개들은 일본의 영웅이 되었고, 점차 개썰매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죠. 저는 훗카이도에 머물던 어느 날 늦은 저녁에 오비히로의 작은 야타이에 들렀습니다. 손님 중 하나인 노신사와 노신사만큼 나이 든 야타이 주인이 서로 하이쿠를 주고 받더군요. 처음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지만, 노신사는 일본색이 짙은 발음이지만 꽤 간결하고 유창한 영어로 그 의미를 나에게 설명해주었습..
나는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6년에 걸쳐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두통에 시달렸다. 희한하게도 두통은 거의 정확히 오전 9시에 시작해서 9시간 동안 이어지다가 오후 6시에 끝났다. 두통은 때에 따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로 심해서 그 나이에 배운 어설픈 욕설들을 큰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내 스스로의 인생을 저주하기도 했다. 당시에 키우던 복이라는 개는 며칠간 가출을 했다. 어디 자동차 타이어에 비비적댄 건지 숯검댕이가 되어 돌아왔는데, 발정기가 되어 잠시 남자친구를 사귀다 돌아온 것이다. 복이는 나처럼 허약하여 여러 병을 지니고 있던 친구였던지라 복이가 나가있던 사이 며칠을 걱정했는지 모른다. 배가 부르더니 어느 주말 대낮에 출산을 시작했다. 힘을 주다가도 체력이 모자라 처음으로 나오던 새끼의 머리가 걸려..
시리아 알레포를 떠나 터키 가지안텝에 도착한 것은 보슬비가 내리던 한밤중이었다. 늦은 시각에 들른 호텔의 카페테리아에는 가지안텝의 그 흔한 타르흔이 남지 않아서 항아리 케밥조차 못만든다고 했다. 시샤는 있어도 석탄도 남은 게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시킨 커피마저도 너무 태운 나머지 불쾌할 정도로 썼다. 카페테리아의 그 남자는 재료가 남아있지 않은 이유를 나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어설픈 영어로나마 가능한 모든 말을 열심히 쏟아냈다. 인근 식당에서는 베이란이라는 육개장과 아주 비슷한 국밥을 팔고 있었다. 다행히 한참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길을 오가는 청년들의 눈매는 비 때문인지 더 지쳐보였다. 알레포에서부터 여행 욕구를 반쯤 잃은 채 뮌헨으로 돌아갈 항공편을 알아보던 차에 도착..
그런데 앞으로 기차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매시간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다음 정차는 없습니다” 였습니다. 내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서둘러 뛰면 내릴 수도 있었지만, 어느 새 귀엽고 조그만 것이 제 다리를 붙잡고 저를 올려다 보고 있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뛸 수가 없었습니다. 옆 자리에는 나이가 여든이 다 된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다소 답답하여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제는 아예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저같은 사람들이 자기 나이가 되면 그때 타협하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언젠가 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독주를 입에 머금고 불을 붙여 뿜어대는 등 온갖 난동을 부렸습니다. 객실칸은 반쯤 불탔는데 그래도 기차는 멈추지 않더군요..
우리는 진정 누군가의 오롯한 꿈을 정히 여겨본 적 있던가. 그 누가 바라보던 나뭇잎 사이로 쪼게진 달빛, 나도 무구히 사랑해본 적 있던가. 남 위에 서기 좋은 말들을 그저 좇아 내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포용한다고 감히 말 하지는 않았던가. 얼마나 많은 곁들을 끝내 지키겠다 절개 굳게 다져두고서도 허울 좋은 과부가 되지는 않았나. 집구석에 들어가면 반겨줄 존재가 꼬리 흔드는 개새끼 한 마리 뿐은 아닐는지. 거닐다 빈 깡통 발로 차듯 염습에 몸 맡겨 이 사람 저 사람 개괄하다보니 홀대조차 해주지 않는 티비만 덩그러이 방을 비추며 늦은 밤의 무거운 정적을 고맙게도 깨어주는 와중에, 홀로 누워 지긋이 눈을 감고 사타구니 사이에서 뽑아낸 진득한 어떤 것을 침대 내지는 소파에 흘리거나 뿌려대겠지. 심심찮게 땀..
처음으로 별똥별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열 살 즈음 읽은 알퐁스 도데의 시, 별을 통해서다. 스테파니에게 별자리의 전설과 별똥별의 긴 여운을 이야기하던 목동의 모습이 꽤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알프스의 밤하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떨리던 시절이었다. 나의 별자리는 황도 12궁 기준으로 첫 번째인 양자리다. 죽을 위기에 처한 프릭소스와 헬레를 돕기 위해 제우스가 보낸 하늘을 달리는 황금양이 남은 자리이며 전쟁의 별인 화성이 수호성으로 지정된 자리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내 인생 역시 최근까지도 끝없이 지칠 수 밖에 없었던 작은 전쟁이었다. 별똥별을 가장 많이 본 것은 프랑스 남부 페르피냥의 테트 강변에서였다. 남쪽 피레네 산맥 쪽으로 펼쳐진 별들의 향연에 망연자실 넋을 놓고 바라..
핀센트 빌럼 판 호흐, 꽃이 피는 아몬드 나무, 1890년 작. 대학생 시절, 어느 날부터 나는 왜 이제 주말 아침에는 더이상 일어날 수 없는지, 알람을 맞춰두고 확인까지 마치고 잠에 들면 왜 아침에 자명종 시계가 작동하지 않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침에 하기로 마음 먹었던 운동과 직접 요리하는 아침 식사를 매번 포기했다. 주말에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계절학기 교수님이 나를 태우러 왔다가 당신 집으로 데려가 요리를 해주셨다. 교수님의 차에서는 매일, 항상, 몇 년간 바그너의 시디만 재생되었다. 교수님의 집까지 가는 삼십여분의 길에는 항상 늦겨울마다 만개한 아몬드 꽃잎이 바람에 휘날렸다. 결혼행진곡이 재생되던 어느 날의 피아노와 아몬드 꽃은 마치 와인과 치즈 같은 향기롭고 달콤한 마리아주였다. ..
길을 다니다 보면 내가 알던 사람들과 놀라울만큼 닮은 사람들이 있다. 잠시간 그 사람들과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부풀다가도 의미 없다고 속단하며 쉬이 팽게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을 알아본다는 것의 의미는 지금의 나에게는 이렇게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친구를 몇 년만에 만나는 것은 누구에게도 뛸 듯이 기쁜 일일 것이다. 그게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 싶다. 내 곁에 항상 있는 것들과도 너무 멀어서 다녀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당장 오늘처럼 내 삶이 싫었던 날은 없었기에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기기를 포기했다. 난생 처음으로 가져본 음반은 어릴 때 어머니가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건내준 키릴 콘드라신 지휘 하에 녹음된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이었다. 그후로 백 장이 넘는 클래식 명반들을 받아 ..
시상하부의 시냅스에 가해지는 전기자극과 그로 인해 분비되는 뇌하수체 후엽의 옥시토신과 페닐에틸라민 작용으로 엔돌핀이 분비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간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위와같은 과정이 시작되어 완료되기까지 짧게는 단 1분도 걸리지 않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체내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이 중에서 단 하나의 호르몬이라도 제외되면 사랑을 느끼지 못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남자는 특정한 여자에게, 여자는 특정한 남자에게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자연적인 페로몬 분비와 상호보완적 유전자 신호관계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인식하는 상대방의 시각적 특징 때문일까. 상대방을 바라봤을 때 나의 옷깃이 천천히 휘날리고, 휘파람을 부는 바람, 나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
1. 그 K라는 작자는 나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삼십년 가까이 교류해온 사이로써 사실 나와 그를 연결시켜주는 공감대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다. 사는 곳도 비교적 멀었고, 취향도 제각각이었으며, 교류하는 친구들도 모두 달랐다. 단지 어렸을적의 몇 개월을 미군부대 내에 있는 한 학교의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한 사이라는 정도. 2. 어느 날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어항에 넣을 물고기를 사러 가게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장대비가 쏟아붓기 시작하여 굉장히 화가 나있던 차에,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가고 있던 K가 와서 우산을 씌워주었다. 분노를 삭히고자 K에게 물고기를 함께 밟아 죽이자고 제의했고, K가 아무 말 없이 거들어준 게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는 나의 충실한 공범이었고 암묵적인 동조자였다. 물고기를 다 밟아 죽이..
존나 사지가 뜨거워 뒈져버리는 나같은 경우는 술고래 상대가 되어드릴수가 없겠다. 겨울은 정말이지 짜증난다. 그래도 여름엔 시원한 맥주라도 쳐먹고 공원에서 자빠져서 보는 하늘의 맛도 있었는데 말이다. 겨울은 나를 죽인다. 겨울은 나를 끝없이 영락하게 만든다. 좋지 않은 일은 끝없이 일어난다. 더 좋은일을 생각하며 위로하며 살아야겠지. 0. 5살때 였던가. 나는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그리고 유치원의 유일한 동양인이라서, 나는 곧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때부터 나는 어린이는 절대선이라는 어른들의 말과 내가 경험한 괴롭힘 사이의 부조리로 성악설을 믿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 해군에게 패배한 이야기가 떠올라 한 친구를 약올리며 도망치는 척 하다가 절묘한 타이밍에 유치원 정문에 설..
내가 누군가에게 말하길 나는 겨란후라이 노른자를 안터트리고 뒤집을 수 있으며 그것도 한 번에 세개까지 뒤집는다고.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면 면전에서 보여주겠노라고. 그러나 끝내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거짓말처럼 단 한 개도 제대로 못뒤집으며 줄곧 터트려오고 있다. 과연 계란 노른자의 비명은 언제쯤 멎을 것인가.
인천공항은 덥다. 그리고 아득한 소독약 냄새가 난다. 편의점 샌드위치에선 피클맛이 너무 강하게 나고 자허 도르티는 너무 달기만 하다. 블루베리 타르트라고해서 별반 다를 건 없다. 어느 카페테리아의 커피는 그나마 썩 훌륭해서 이 정도면 교도소나 소년원 혹은 강제 수용소에서 급식하기엔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짜증이 나면, 1. 뭔가 이유를 만들어 짜증을 정당화시킨다. 2. 시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담배나 뻑뻑 피고 사탕이나 깨물어 쳐먹는다. 3. 창 밖에 무언가(무겁고 파괴력이 크며 가급적 스플래쉬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를 던짐으로써 일명 스트레스 해소라는 것을 시도한다. 4. 쳐잔다. 5. 술을 쳐먹는다. 6. 바쿠닌 스타일의 자치법규적 무정부주의와 투파마로 스타일의 허무주의적 무정부주의와의 관계 및 차이점을 고찰하며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7. 지금 당장 길거리로 뛰쳐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고양이 여러 마리를 두들겨 패고 들어온다. 8. 옆집 십새끼가 지랄을 하던 말던 최고 출력으로 장송곡을 틀어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머리맡의 담배를 하나 꺼내어 물었다. 요즘은 잠이..
이 고양이는 1/2의 확률로 들어가고 있고 1/2의 확률로 나오고 있다. 이 고양이는 들어가고 있으면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개는 1/2의 확률로 서 있고 1/2의 확률로 앉아 있다. 이 개는 서 있으면서 동시에 앉아 있다. 이 개는 1/2 확률로 서 있고 1/2의 확률로 뒷짐 지고있다. 이 고양이는 1/2의 확률로 누워 있고 1/2의 확률로 서 있다. 이것은 평행우주론과 같은 방식의 해석이며 반대로 숨은 변수 이론으로는 이와 달리 정의내릴 수도 있다.우주가 거의 무한한 수의 평행 우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의 다세계 해석으로는, 핵이 붕괴되어 고양이가 죽은 세계와 죽지 않은 세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그것을 우리는 관측할 수 없다.코펜하겐의 해석대로라면 한 시간이 지나서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핵이..
지금과는 다른 꿈을 꾸던 유소년기 때와는 달리 많은 이들은 조금씩 옆길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순진한 때 외쳐봤을, 나는 선생님처럼 될래요, 아빠처럼 될래요, 과연 우리는 오래 전 우러렀던 그들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가. 벌려둔 일들이 미적거리는 사업가는 꾸준한 직장 생활이 차라리 간절할 때도 있고, 직장인들은 견주어 덜 얽메일 수 있는 사업가의 여유가 탐날 때도 있다. 자본의 축적이 행복의 선사를 의거하는 기준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부양해야 할 구성원과 책임져야 할 대소사가 차츰 늘어가면서, 금력의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갈망한다. 그런 날을 염원하며, 지금은 아웃백에서 가족외식을 하고 할인카드로 결제를 할 망정, 아이 생일에 20만원짜리 네 발 자전거를 선물해 줄 망정, 출장길에 ..
내 이름을 내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불러주셨고, 누구보다 설렁탕을 맛있게 끓여 기품 있게 내어주셨던 친구의 어머님이 금일 작고하셨다. 만우절에 거짓말이면 좀 좋겠느냐만 목숨이 붙고 끊이는 것은 날짜를 가리지 않으니, 다만 어머님의 사후 여정이 안녕하시기를 기원한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한 사람의 생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에겐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은 두 사람의 죽음이 있다. 개중 하나는, 세상이 마치 내 이상의 그림을 그릴 도화지라고 생각하던 호기가 넘치던 때에 만난 한국에서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꽤 바쁜 의대생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일말도 아낌 없이 자신의 값비싼 시간을 모조리 나에게 투자했다. 청춘 드라마에 나올 듯한 온갖 이벤트와 배려로, 보통 -금전적으로- 주는 입장에 있는 남자인..
9년 전 쯤인가 소라게를 집게로 건져올리는 뽑기가 한 철 유행했던 적이 있다. 기계마다 집게의 악력 세팅값이 달라 잘 뽑히는 기계는 몇 마리씩 연속해서 건져올릴 수도 있었다. 싼 값에 샀던 병아리도 곧잘 죽었고 십수 년 전 마리당 500원 하던 청거북이(붉은귀거북)도 눈병이나 빈영양으로 인한 등갑 연화로 세상을 쉬이 등졌다. 소라게는 그래도 판 당 2천원 짜리라 지 몸값 행세 하는지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꽤 오래 버텼주었다. 다만 성장을 하면 지 고향에서는 제 몸집에 맞는 소라 껍질로 이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좁은 세상에 가둬 키우는 여건에서는 내가 소라 껍질을 구해다 주어야하는 봉사 정도는 해주어야 했다. 자주 강가나 사구에 갈 수도 없는 노릇, 몇 마리는 다행히 이사를 했지만 이사를 하지 못 ..
lafayette ron hubbard was a generally unscrupulous guy who used his knowledge of hypnosis and his talent for writing to drag himself out of poverty and make himself a billionaire with a fleet of superyachts and palatial estates around the globe. why do not more writers do this? average people are very stupid and manipulable, and they have money that could be yours! some element of sociopathy is ..
뜨거운 바람이 무겁게 훑어대는 논 길가 튼튼한 오두막에서 나는 쟁기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뱃살 빼는데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나서부터 해오던 아사나의 한 자세다. 동네 영감들 삼삼오오 모여 비워낸 막걸리 통 두어 개가 내 옆에 굴러다닌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잠시 멈춰 서는 게 곁눈으로 보였다. 구부정한 허리로 슬금슬금 걷고 있는 게 동네 노인인듯 하여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낑낑대고 있는데 그 편에서 외마디가 날아왔다. "젊은이, 거기 막걸리 좀 남아 있는가?" 힐끔 보니 한 노인이 축 늘어진 눈꺼풀 속에서 희뿌연 눈알을 오봉에 꽂아둔 채 말을 건 것이다. 이마에 메마른 땀을 스윽 훔치며 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젊은이 상판도 허여멀건한 걸 보니 외지 사람인 것 같은데 뭣하러 하릴없이 이러고 ..
영장류에 관한 실험이 있다. 여닫이 문이 있는 방의 한 가운데에 사다리가 있고 그 사다리 위에는 천장으로부터 줄로 연결된 바나나 꾸러미가 대롱대롱 달려있다. 원숭이 두 마리가 들어서고 그들은 바나나를 집기 위해 사다리를 탄다. 한 두 발짝 쯤 올라서면 손에 바나나가 닿을 무렵에 찬물이 쏟아져 내리고 원숭이는 깜짝 놀라 사다리에서 뛰어내린다. 흠뻑 젖은 원숭이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다시 사다리에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 한다. 젖은 원숭이 두 마리가 방에 머무는 사이 한 마리의 새 원숭이가 방에 들어선다. 바나나를 보게 된 새 원숭이는 사다리를 올라가지만 두 마리의 원숭이는 자기들처럼 놀랄 그 새 원숭이를 배려의 차원에서 올라가지 못 하도록 끌어내린다. 영문을 모르는 새 원숭이는 계속 해서 사다리를 올라가려..
인류가 과학의 도약으로 문명 발달의 쾌거를 이룬 후부터 사실상 경험해본 적이 없는 미증유의 상상을 초월하는 재해가 닥쳐올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경고하고 있다. 전쟁이나 범죄 같은 비극은 상상력과 상상력의 결여 두 요소로 인해 발생하지만 재해는 상상을 하건 말건 평등하고 무자비하게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밤길, 차에 치이는 야생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왜 자동차 불빛에 매료되어 도망가는 걸 잊어버리고 멈춰있는 걸까 라는 의견을 누군가 제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질문은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 그들은 본래 도망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물체다 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물은 생물이 가진 큰 특성 중 하나인 호기심에 동해 익숙지 않은..
벌꿀 오소리는 달콤한 이름과는 달리 매우 포악한 친구이다. 이 작은 녀석들은 야생의 폭력배로 살인, 강도, 협박, 납치를 서슴치 않고 자행한다. 맹독 코브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맹수의 새끼들을 납치해서 잡아먹고 자신보다 힘이 센 녀석들에겐 이빨을 드러내며 괴성을 질러 협박을 하고 걸려온 싸움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벌꿀을 가장 사랑하며 꿀 향기를 맡으면 이성이 마비되어 광분한다. 그래서 벌꿀 오소리(=라틀, 꿀먹이 오소리, 허니 배저)이다. 벌꿀 오소리는 먹고자는 시간 외에는 쉬지않고 움직이며 시종일관 나와바리를 순찰한다. 때때로 자신의 몸집보다 수십 배가 큰 물소나 황소 무리 사이에서도 거리낌 없이 놀이나 먹이 사냥을 즐기다가도 신경이 거슬리거나 방해가 될 때는 황소의..
우리는 처음으로 제노바를 벗어나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행선지라든지 그런 여행에 있어서 필요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어느 겨울의 한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전화기에 대고 소근거렸다. 다음날 새벽 우리는 밤새 술 취한 대학생들과 아니면 또 다른 부류의 술꾼들이 흥청거리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렸을 그래서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몰로의 새벽거리에서 서로의 잠이 덜 깬 얼굴을 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몰로의 스떼파노 성당과 리나셴떼 백화점은 바로 옆의 호화로운 아쿠아리움과 초대형 크루즈선과 요트들이 정박해있는 번화가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더구나 새벽의 첫 버스가 막 지나가기 시작하는 페라리 광장은 더욱 그랬다. 마치 그곳만이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 아니 제노바의 공간을 넘어 어느 시골의 노파와 할배,..
as you are all aware, the popularity of facebook is in decline since the second half of this year. a consensus seems to exist among here entists that, as far as the social experiment goes, facebook did not contribute anything useful to society on long terms. let us be honest, if all time ever wasted on facebook would have been invested in fusion research, the first commercial reactors would be u..
나는 그 이름들을 좋아하면서도 끝끝내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다. 나의 기쁨이기도 했고 절망이기도 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이름들이기도 했다. 나는 가뭄이 들었을 때의 나막신과 같아서 아무 쓸모 없이 여겨지다가 장마가 질 때면 그제서야 쓰일 뿐이었다. 하지만 빈곤한 어떤 기억들을 누군가가 차마 버리지 못 하는 것처럼, 나는 고이고이 남겨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해서 다가갈 수 없는 것, 어쩌면 그런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 오전에 벼르고 벼르던 책을 읽는 것처럼 그네들은 앞으로는 바라던 진실과 풍요로운 사실만을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는 것, 그렇게 변해가는 것, 그게 어쩌면 청춘과는 점점 동떨어져가는 보편적인 성장이자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