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오소리는 달콤한 이름과는 달리 매우 포악한 친구이다.
이 작은 녀석들은 야생의 폭력배로 살인, 강도, 협박, 납치를 서슴치 않고 자행한다.
맹독 코브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맹수의 새끼들을 납치해서 잡아먹고 자신보다 힘이 센 녀석들에겐 이빨을 드러내며 괴성을 질러 협박을 하고 걸려온 싸움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벌꿀을 가장 사랑하며 꿀 향기를 맡으면 이성이 마비되어 광분한다.
그래서 벌꿀 오소리(=라틀, 꿀먹이 오소리, 허니 배저)이다.
벌꿀 오소리는 먹고자는 시간 외에는 쉬지않고 움직이며 시종일관 나와바리를 순찰한다.
때때로 자신의 몸집보다 수십 배가 큰 물소나 황소 무리 사이에서도 거리낌 없이 놀이나 먹이 사냥을 즐기다가도 신경이 거슬리거나 방해가 될 때는 황소의 성기나 허벅지를 물어뜯어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상당히 동적이고 활동 반경이 넓어 에너지 소모가 크다보니 먹는 양도 대단해서 3일 동안 먹는 뱀의 길이는 10미터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벌꿀 오소리가 독사를 사냥할 때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 때가 바로 뱀이 쥐를 사냥하고 있을 때이다.
조용히 숨어서 지켜보던 오소리는 뱀이 사냥에 성공하면 일차적으로 쥐를 삥뜯어서 자신이 먹어치운 후 그 다음엔 일말의 자비도 없이 뱀도 먹어치운다.
포악스럽게 머리부터 뱀을 뜯어먹지만 가끔 독샘을 잘 못 건드려서 치명적인 신경독에 중독되어 뱀을 먹다 뻗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대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몇 시간 혹은 하루종일 마비 되어 뻗어있다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일어나 남은 부분을 먹어치운다.
독불장군같은 요녀석들은 사회생활이나 이타관계가 나쁠 것 같지만 실상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자칼이나 독수리와는 제법 사이가 좋다.
코요테나 자칼과는 다툼없이 같이 거닐기도 하고 자칼이 설치류 굴로 벌꿀 오소리를 안내하기도 한다.
땅파기의 명수인 벌꿀 오소리가 작업을 시작하면 독수리와 자칼은 주변에 서성이다 콩고물을 얻어먹는다.
무엇보다 충실한 정보원인 허니 가이드(꿀잡이새)라는 작은 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벌꿀 오소리의 핵심 정보원인 요녀석들은 벌집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허니 가이드는 벌집을 발견하면 괴성을 질러 벌꿀 오소리를 호출한다.
벌꿀 오소리가 식사를 마치면 벌집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는 상태인데 이 때 허니 가이드는 밀납과 애벌레 등 꿀 찌꺼기까지 먹어치운다.
벌꿀 오소리는 매우 깔끔해서 태양에 뜨겁게 달궈진 고운 모래를 몸에 뿌리며 살균 샤워를 곧잘 즐겨한다.
벌꿀 오소리는 개체수가 적지만 사실상 천적이 없다.
굳이 천적을 들자면 표범 같은 맹수를 들 수 있지만 표범도 벌꿀 오소리와의 일전은 피하는 편이고 벌꿀 오소리들도 그렇게 융통성 없는 놈들이 아니라서 표범이 나타나면 살짝 피해가기도 한다.
표범 입장에서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확인한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다.
표범이 오소리와 일전을 벌인다면 응당 표범이 이기지만 표범도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콧잔등이라도 된통 물려서 피를 철철 흘려본 놈들은 벌꿀 오소리를 쉽게 공격하지 못 한다.
벌꿀 오소리의 피부는 매우 질기고 기름져서 미끄럽고 숨통을 끊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끈질기게 반항하는 독한 성깔도 표범을 주눅들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맛도 없다.
표범 입장에서는 오소리가 먼저 덤비지 않는 한 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맹독 코브라는 두려울 것이 없는 독사로 유명하다.
자신보다 몇십배 커다란 동물도 슬슬 피해가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다.
하지만 벌꿀 오소리 앞에서는 알짤없는 허세일뿐이다
벌꿀 오소리를 발견한 코브라가 제일 먼저 취하는 행동은 나무 위로 도망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벌꿀 오소리는 나무도 잘 타서 킹코브라를 비엔나 소시지 먹듯이 아작 아작 맛나게 씹어먹는다.
독사를 먹는 다른 동물로 몽구스를 꼽을 수 있지만 몽구스도 벌꿀 오소리를 보면 먹던 뱀도 뱉어내고 줄행랑을 친다.
그러지 않으면 뱀도 뺏기고 목숨도 뺏기기 때문이다.
벌꿀 오소리는 때가 되면 수금을 하러 다닌다.
하급 육식동물인 여우가 새끼를 낳는 시즌이면 어김없이 벌꿀 오소리가 여우굴로 방문해서 새끼를 한 마리씩 수금해 가는데 쿨한 우리의 벌꿀 오소리는 새끼를 머리부터 우적우적 먹어 치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벌꿀 오소리가 무서워서 잠이 안 오는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친구 벌꿀 오소리는 알고보면 귀여운 녀석이기도 하고 사람에게 길들여진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2010.06.28 07:30 작성된 포스트로부터 복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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