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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렉터 박사입니다.
포럼장에 모여 계신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오늘 저는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휴대폰의 전원은 모두 꺼주시고 스크린만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여러분들이 모여 계신 포럼장으로 차량을 이용해서 가고 있습니다.
오차 범위 800킬로미터의 gps를 차량에 장착한 상태구요.
본 차량은 중량이 무려 17톤에 달하며 광궤도 차량으로써 속도는 시간당 최대 40킬로미터에 근접합니다.
따라서 현재 장소부터 직선거리 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포럼장까지는 gps의 오차 범위와 길을 찾아가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여 계산상으로 오늘 안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막간을 이용해서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떡국을 끓일 때 빠지면 안 되는 게 무엇일까요?
음, 아닙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바로 머리카락이죠.
사실 이건 개병신같은 답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런 넌센스 퀴즈는 한정된 답만을 도출시키다보니 머리카락은 빠지면 안 되고 똥가루, 떡가래, 좆물 등은 들어가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도덕성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여러분, 우리 인생은 넌센스가 아닙니다.
우리 인생의 앞길에는 행복과 사랑도 있는 반면 불운과 실패와 좌절로도,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젊을 때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실패를 맛 본 적이 있습니다.
‘남편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 분들로부터 매달 난자를 채취하여 20년간 냉동해두고, 그때까지 모인 약 240개의 난자를 20주기 결혼 기념일에 맞춰 남편을 위한 요리로 제공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인권센터의 고소 남발로 무산 됐었죠.

다시 한 번 실패를 딛고 재기한 저는 세계적 한류의 유행에 편승하고자 방탄노년단을 전격 결성했지만 앨범 판매고는 10장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멤버의 대다수는 당시 생활고로 인해 노숙자가 되거나 극단적으로는 굶어서 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 끝에 저는 고양이 고기를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제공해왔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매일같이 고양이 털을 핥아줬었는데 그 때문에 저는 자주 고양이 털 뭉치를 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끔 지름이 10미터가 넘는 경우도 있었죠.
그때 약해진 위장 기능으로 지금도 저는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 고기도 좋아합니다.

고양이 고기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고양이 고기는 보통 누린내가 심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진 않죠.
고양이의 후멍에 꼬챙이를 밀어넣으면 끄트머리가 입으로 나옵니다.
그 상태로 모닥불에 그대로 굽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렇게 하면 노린내가 굉장히 심해집니다.
바로 직장과 방광에 들어있는 똥오줌이 고기 사이사이에 베어들기 때문인데요.
사전에 어느 정도 내장을 꼭 제거하고 드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굽는 게 대체로 바람이 잘 들어서 털 타는 냄새도 고기에 배이는 걸 좀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난은 죄였습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다가오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모기만큼은 제가 좋다고 따라다니더군요.

집도 변변찮아서 우기나 태풍이 닥쳐오면 어김 없이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졌죠.
혹시 집 천장에서 비가 세는 분이 계신가요?
한 번 손을 들어보시겠어요?
몇몇 분들이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낡은 집에서 비가 올 때마다 물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여러분의 부모님이 무능하고 못살아서죠.

부모님이 무능하면 자식에게 경제관념도 제대로 심어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에이치엔엠에서 8월 대세일기간에 청바지 하나를 약 4천원에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거저 얻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아서 파티를 벌였고 파티 비용만 무려 650만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청바지를 거저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것은 여전히 유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길을 가다가 방구를 뀌려고 초고속으로 길바닥에 주저 앉았다가 그만 청바지의 엉덩이 솔기는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일 기간에 팔리는 옷들은 대체로 창고에 묵혀있다가 삭아버린 옷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던 거죠.
그제서야 저는 청바지도 날리고 애꿎은 파티 비용도 날렸다는 데에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바로 집으로 달려가 가전집기를 부수며 부모님을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죠.
제 어머니 역시 창문으로 나갔는데 문제는 제가 살던 집은 6층 연립주택의 꼭대기층이었다는 겁니다.

이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어야겠군요.
세상에는 저희 어머니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소한 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속된 말로 개죽음 당했다고 하는 일은 흔치 않아서 여러분은 목격한 적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노령의 개가 자연사하는 장면을 저는 본 적이 있고 이것은 개죽음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개죽음, 그것은 다시 말씀드리면 개의 죽음입니다.

그럼 여기서 끝마칠까 합니다.
대단히 감사드리며 혼잡을 피하기 위해 J열 좌석부터 나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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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하지만 작은 저의 성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