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은 몇 년을 곁에서 나와 같이 먹고 무언가를 하고 함께 잠을 잔다.
불과 1년 전의 세포 대부분이 사멸하여 대체되었음에도 원래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채 말이다.
3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우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짙은 눈썹에 짜증나는 눈빛과 긴 자지, 어떤 친구는 대머리에 여유증, 또 다른 친구는 혀가 짧은 대신 무려 130센치에 달하는 앉은키.
다들 여전했다.
그러나 나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동안 새로운 세포로 거의 모든 신체조직이 교체되었을텐데 나는 어떻게 그들을 알아본 것일까?
그것은 불가사의한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었다.
어떤 미지의 힘이 우리를 알아보게 한 것일까?
유전자에는 똑같은 형태를 복제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고 한다.
또 배아줄기세포에는 모든 기관을 결정할 수 있는 유전자 코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전자코드에는 어떤 요소가 있어서 똑같은 형태를 갖추게 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기야 학회지들을 열람해보았다.
그것의 해답은 바로 형태장이론에 있었다.
이 이론은 생명체를 결정하는 일정한 형태나 틀이라고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장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걸 발견한 사람은 도룡뇽의 꼬리를 잘라보아 잘린 꼬리 부분에 일정한 약한 전류가 흐르고 곧 그 형태로 재생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실험을 한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노벨상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는 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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