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안녕하십니까? 한니발 렉터 박사님, 어렵게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렉터박사: 쉽게 자리했는데 멋대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버릇 없게 허락 없이 인사하지 마십시오.
기자: 아.. 죄송합니다..
렉터박사: 그리고 통성명도 안 했는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요? 참 이상한 사람이군요.
기자: 저명인사이신지라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렉터박사: 뭐 어쨌든 이제 인사하십시오. 명령이니까.
기자: 네..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렉터박사: 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기자: 아.. 그러시군요. 혹시 이 자리가 불편하신지요?
렉터박사: 예니오.
기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렉터박사: 네, 맞습니다. 무슨 말씀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먼저 커피 한 잔 준비해오겠습니다. 뭘 드시고 싶으십니까?
렉터박사: 아프리카노 더블샷으로 부탁합니다.
기자: 네..? 그게 무슨 커피인가요?
렉터박사: 아프리카산 커피콩을 먹은 댄지어스 톨맥 박사가 싼 똥 속에 있는 커피콩을 잘 말려서 뽑는 커피입니다. 상식이 없으시군요.
기자: 들어본 바 없습니다만..
렉터박사: 그럼 지금 즉시 재배를 해 오세요.
기자: 예.. 그건 힘들 것 같구요. 어쨌든 그럼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렉터박사: 5년 정도 생각해보고 기분이 좋으면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농담을 참 재미있게 하시는군요.
렉터박사: 신중한 대답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다니요. 인성이 참으로 더러운 분이군요.
기자: 아..
렉터박사: 인터뷰를 하러 왔으면 제대로 하세요.
기자: 인터뷰 때문에 질문을 드리려 하는 겁니다, 박사님..
렉터박사: 그렇다면 질문을 허가합니다.
기자: 우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렉터박사: 일단 기자님 얼굴이 잘 보여서 마음에 안 드니까 영하 2층에 있는 어두운 주차장에서 진행합시다.
기자: 아.. 지하 2층 말씀이십니까?
렉터박사: 들었으면 되묻지 마세요.
기자: 아..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렉터박사: 제가 주차장 반대편 끝으로 갈테니 지금부터는 이 무전기로 인터뷰 합시다.
기자: 알겠습니다.. 이제 질문 드리겠습니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렉터박사: 그렇게 됐습니다.
기자: 아.. 그러시군요.. 그럼 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최근까지 연구소에 재직하시면서 많은 성과를 얻기까지 주요 업무를 주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요?
렉터박사: 설사를 참으면 된똥이 된다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기자: 아.. 그 외에 다른 성과들도 있었는지요?
렉터박사: 있고 없습니다.
기자: 네.. 최근 윤데이빗 박사와 함께 이질산화 수은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들었는데, 이 엔진이 장착된 초고속 기체로 지구 반대편까지 1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렉터박사: 이미 알고 있으면서 혼자서 먼저 답하고 또 묻는 저의가 뭡니까?
기자: 대체로.. 인터뷰가 이런 형식입니다..
렉터박사: 거짓말은 삼가하십시오. 인터뷰의 사전적 의미가 그렇게 정의되어 있나요?
기자: 죄송합니다.. 다시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렉터박사: 정말 어렵게 그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그럼 박사님이 연구 중이신 그 기체에 인간이 탑승 가능할까요?
렉터박사: 고양이를 탑승시켜본 결과 산산조각이 난 걸로 미뤄볼 때 사람도 무조건 탑승이 가능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인간 탑승 실험이 있었는지요?
렉터박사: 아직은 없고 기자님께 탑승 기회를 드리려고 상부에 보고를 이미 해두었습니다.
기자: 죄송합니다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윤데이빗 박사의 말로는 열팽창 보호체를 렉터 박사님이 개발했다고 합니다.
렉터박사: 저만의 업적이 아니라 윤데이빗 박사와의 공동 연구 결과지요.
기자: 연구 기간이 길었던만큼 소요된 자원과 시간이 굉장할 것 같습니다.
렉터박사: 뭐 거의 윤데이빗 박사와는 일반적인 부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서 그 기간 동안 윤데이빗 박사는 산화요도드 레이저포를 연구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해 왔습니다.
기자: 윤데이빗 박사와는 굉장히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려져 있는데..
렉터박사: 모르는 사람입니다.
기자: 아니, 함께 지냈다고 방금 말씀하셨는데..
렉터박사: 그런 적 없습니다.
기자: 네.. 어쨌든 박사님의 연구 성과가 학계와 세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렉터박사: 과찬입니다. 항상 처음 연구를 시작하던 마음가짐으로 임하려다가 귀찮아서 관뒀습니다.
기자: 의외로 겸손하신 모습이군요. 프로토 타입 기체가 공개된 상태에서 언제쯤 시판화가 가능할지가 요즘 관건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렉터박사: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란 속담이 있듯이, 기체 시판화는 내일로 미루지는 않고 수십년 후로 미룰 생각입니다.
기자: 연구소에서는 공개를 서두를텐데요.
렉터박사: 제 말이 무조건 맞습니다. 논리적으로 틀렸다 하더라도 제가 맞다고 하면 무조건 제 말만 맞습니다.
기자: 알겠습니다.. 그럼 수십년 후를 기대하겠습니다.. 렉터 박사님이 맞다고 하시니..
렉터박사: 물론이며 당연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수은으로 인한 대기와 토양 오염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렉터박사: 그러려고 일부러 수은을 사용했습니다.
기자: 수은이 동물에 굉장히 유해한 물질입니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렉터박사: 언젠가 수은에 중독되어 이타이이타이 병을 앓고 있는 질환자들에 관한 일본의 다큐를 감명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수은으로 만들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기자: 아.. 네.. 그럼 다른 종류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재직 중에 가장 힘드셨던 일이나 기간이 뭐가 있을까요?
렉터박사: 저는 연구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의 직장내 권리와 혜택 신장에도 신경을 많이 써왔습니다.
기자: 그러시군요. 동료들 사이에 평판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렉터박사: 어느 날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드나들 수 있었던 연구실이었는데 모든 관계자 중에서 오로지 외라는 관계자만을 차별하는 문구더군요.
기자: 네..?
렉터박사: 저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연구를 중단한 채 외라는 직원을 출근부터 퇴근까지 찾아헤메었습니다.
기자: 아니 그건 사람 이름이 아니라…
렉터박사: 상대방 배려를 전혀 못하는 분이군요. 중간에 말 자르지 마십시오.
기자: 그래서 외라는 사람을 찾으셨나요?
렉터박사: 연구소 어디에도 외라는 사람의 정보나 기록은 없었습니다. 철저히 은폐를 해둔 상태였지요. 급기야 연구소 상부에서는 저더러 계속해서 외라는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면 결국 저를 해고하겠다고 일방 통보를 하더군요.
기자: 아니 그건 연구를 하셔야 할 박사님이 연구를 안 하시니..
렉터박사: 그럼 그 소외와 차별의 대상인 외라는 사람의 인권이 연구보다 먼저라는 겁니까?
기자: 그럼 수은 중독으로 고통 받을 사람들은요?
렉터박사: 기자님은 뭐가 먼저인지,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별 못하는 무능력한 실패작 인생이시군요. 수은이 모든 것에 우선됩니다.
기자: 이 얘기는 그냥 관두시죠.. 영화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장르를 선호하시는지?
렉터박사: 액션영화를 좋아합니다.
기자: 최근 재밌게 보신 영화나 인생의 영화가 있습니까?
렉터박사: 저는 그저 개인적으로 제 스스로가 누군가를 두들겨 패죽이는 걸 좋아해서 그런 류를 선호합니다.
기자: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저도 패죽이고 싶으십니까?
렉터박사: 반드시 그렇습니다.
기자: 알겠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렉터박사: 궁금한 것은 마음 속에 간직하십시오.
기자: 아뇨. 굳이 왜 새벽 3시에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하셨습니까?
렉터박사: 아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더이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렉터박사: 오신 김에 시원한 생리선지국밥 한 그릇 하고 가시지요.
기자: 생리..라면 여성의 월경혈 말씀이십니까?
렉터박사: 아니오. 동네 암캐의 생리혈입니다.
기자: 아.. 죄송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렉터박사: 사양을 사양합니다.
기자: 꼭 먹어야 합니까?
렉터박사: 비밀입니다.
기자: 네?
렉터박사: 개의 피를 선호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기자: 생리혈로 만든 음식이란 것도 물론이고 개고기 또한 선호하지 않습니다.
렉터박사: 기자님은 살면서 개고기 한 번 안 먹어봤습니까?
기자: 먹어본 적은 있어도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현재는 먹지 않습니다.
렉터박사: 개는 먹으려고 키우는 겁니다, 기자님.
기자: 외람된 말입니다만 박사님은 정신 감정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렉터박사: 그럴 필요도 없이 저는 이미 정신병 말기 훈장을 동료들로부터 선사받았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동료들은 저를 정신병자라고 불렀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정신병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기자: 그럼 박사님과 저 사이에 정상적인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는 걸 알고 계시겠군요.
렉터박사: 그랬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처럼 미친 인터뷰는 제 경력 통틀어 처음입니다.
렉터박사: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기자: 네??
렉터박사: 마침 수음할 시간이 됐거든요.
기자: 아.. 그러시군요. 인터뷰는 이대로 끝입니까?
렉터박사: 네, 저는 실존인물이 아니라서요.
기자: 홀로그램이세요?
렉터박사: 자동응답 프로그램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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