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약간의 현금과 에델바이스 사진엽서 한 장을 지참한 채 스위스 바젤란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앞자리에 앉았던 면식 없는 한 여성과 damn소를 통해 친해졌고 이윽고 교제를 시작하였다.
그 여성은 벨기에 북부의 해안 마을이 고향이었는데 언젠가 나는 그곳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 여성의 부친은 인종차별자였고 저녁식사의 결말은 꽤 나쁜 편이었다.
갈등의 폭은 점차 넓어져갔고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시리아 내전이 터지기 전 떠났던 여행에서 묵은 알레포의 한 호텔에서 나는 그 여성이 남긴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문 형식의 방명록을 발견하였고 남겨진 날짜가 바로 그날이라는 것을 알게된 나는 그 여성이 분명히 근처에 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에 찬 채로 온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십년도 더 지난 지금 곰곰히 기억을 더듬으며 퍼즐을 맞추어보니 당시 내가 그 여성을 만나지 못한 것은 이미 내가 그 여성을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죽여서 더이상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더군.
따라서 이 편지를 읽는 모든 자들의 어미년은 무조건 시팔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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