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저녁 퇴근 전에, 공용 냉장고에 넣어둔 제 맥콜이 온데간데 없더군요.
제 이름을 적어둔 포스트잇도 붙여뒀는데 말입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고 아침까지도 울면서 출근했습니다.
여하간 흥미로운 르뽀를 발견하여 기분이 좋아져서 맥콜 도둑질 사건은 깨끗이 있기로 했습니다.
이 르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사내 메일로 전체발송합니다.
고즈넉한 성격의 까만 고양이와 한 집에서 친구로 지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고양이에게 매일같이 밤을 구워다 고양이에게 식사로 대접했다.
어느 날, 고양이가 자신의 생명유지장치의 특성상 타우린을 꼭 섭취해야 시각정보를 수용하고 분석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그에게 얘기했고, 그는 그후로 몇 달에 걸쳐 박카스에 으깬 밤을 말아줬는데, 하루는 그 고양이가 간질을 일으키더니 쁘아앙이라는 단말마의 속삭임을 끝으로 즉석에서 숨졌다.
그는 당시에는 그것이 간질이 아니라 그 고양이가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 봉산탈춤을 춘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 때문에 슬픔에 잠긴 그가 박카스 병을 식탁에 올려두고 호되게 꾸짖었는데, 단 한 번의 변명이나 대꾸조차 없는 병의 태도에 남자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병을 바닥에 패대기 쳤고, 그 병이 스스로를 개박살 내면서 병 자신의 일부를 이용해 그의 눈을 공격하여 실명을 유발했다.
상기 일련의 사건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던 그는 결국 경증의 조현병에 걸렸으나 이윽고 이를 자각한 그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가를 통한 묵상을 종종 해왔다.
요가를 장기간 수련하였음에도 요가 파이어와 요가 플레임이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분한 그는 요가의 창시자인 슈리 티루말라이 크리쉬나마차리를 고소하여 고인을 능욕하고 유족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였으며, 자신의 재산이 마이너스 일억원이기 때문에 고용 변호사에게 오히려 수임료를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저의를 알 수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고깝게 여긴 주변인들의 신고와 청원으로 수사가 진행되어 그간의 행적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의 노인대학 동창으로 그와 종종 왕래가 오갔던 성모씨는 평소 그가 고양이에게 잠자리로 6년 동안 세탁하지 않은 선풍기 커버를 제공하고, 요플레 뚜껑을 깨끗이 핥은 후 소중한 것이라며 고양이에게 건내는 등 학대행위를 해왔다고 증언하였고, 검찰 수사 과정 중 결정적 참조 증언으로 채택되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수색영장 발부 직후 경찰이 약 9천여개의 요플레 뚜껑을 가택 내 선풍기 커버 주변에서 발견하여 유력한 관련 증거로 등록하였다.
결국 고양이와 관련된 그의 진술은 법정에서 기각되었고 상고심에서도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살인과 시신 은닉 등의 혐의로 855년형, 사실상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판결 결과에 대해 수치상으로는 만족하나 기네스북은 갱신하지 못하여 안타깝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내달 초순에 있을 교도소 입소 준비로 다소 들뜬 모습과 함께 바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고양이와 박카스 병에 대한 장례식은 차주 수요일부터 일주일간 대통령령에 의한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추신.
연구소와 부설 살인사관학교에 근무 중인 모든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풍력발전기 날개에 맞아서 숨지는 새의 수는 대략 연간 최대추정치 1백만 마리.
고양이가 잡아먹는 새의 수는 5억 마리.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고양이를 멸종시킵시다.
'렉터박사의 살인사관학교 > 서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렉터 박사의 9번째 스페인 팜플로나 시청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
렉터 박사의 8번째 부친에게 발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7번째 모친에게 발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6번째 사내회보에 신청되었다가 거절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5번째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위로 발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4번째 수취거부 및 반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2번째 고독사한 죠슈아 신부님에게 발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
렉터 박사의 1번째 쥬니비브 공작 부인의 사서함으로 발송된 편지 중에서 발췌 (0) | 2017.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