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도 없는데 짜증이 나면,
1. 뭔가 이유를 만들어 짜증을 정당화시킨다.
2. 시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담배나 뻑뻑 피고 사탕이나 깨물어 쳐먹는다.
3. 창 밖에 무언가(무겁고 파괴력이 크며 가급적 스플래쉬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를 던짐으로써 일명 스트레스 해소라는 것을 시도한다.
4. 쳐잔다.
5. 술을 쳐먹는다.
6. 바쿠닌 스타일의 자치법규적 무정부주의와 투파마로 스타일의 허무주의적 무정부주의와의 관계 및 차이점을 고찰하며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7. 지금 당장 길거리로 뛰쳐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고양이 여러 마리를 두들겨 패고 들어온다.
8. 옆집 십새끼가 지랄을 하던 말던 최고 출력으로 장송곡을 틀어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머리맡의 담배를 하나 꺼내어 물었다.
요즘은 잠이 깸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머리맡에 둔 전자담배에 손이 간다.
담배 옆엔 항상 라이터가 있다.
검지와 엄지로 담뱃갑 뚜껑을 열고. 담배 한가치를 쥐고 살짝 힘을 주면 담배만 스르르 밀려나온다.
반쯤 감긴 눈으로 담배를 물고 다시 머리맡으로 손을 뻗어 라이터를 집고 불을 당긴다.
착착거리는 라이터 소리를 들으며 입에 문 담배를 힘껏 빨고는 가끔씩 존나게 기침을 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 참 난 천식 환자였었지"라고 생각한다.
담배를 빨기 전까진 내가 천식 환자이며, 천식때문에 여러 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대략 27년째 가까이 아침마다 이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다.
파블로프인가 하는 양반이 키웠다는 개새끼는 약 70번의 전기 자극 실험 끝에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학습’했다고 하는데.
대체 난 무엇인가.
개만도 못하거나. 혹은 개와 비교해도 별로 잘난 게 없는 인간이란 건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걸 꼭 아침마다 확인해야 한다니.
따라서 몹시 짜증나므로 오늘 내 눈에 띄는 새끼는 즉시 숨져서 조상 면접할줄 알아라 개새끼들아.
'넣기소년의 신변잡기 > 탕비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K라는 작자가 있었다 (0) | 2017.09.10 |
---|---|
20세기 (1) | 2017.09.10 |
그때 분명히 그랬다 (0) | 2017.09.10 |
인천공항 (0) | 2017.09.10 |
슈뢰딩거의 고양이 (0) | 2016.07.03 |
quo vadis somnia mea (0) | 2016.07.02 |
죽음에 대한 소고 (0) | 2016.07.02 |
소라게찜 (1) | 201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