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님 공현 대축일
보통 천주교에서 주님 공현 대축일, 성공회에서는 간단히 공현절, 동방 정교회에서는 주현절이라고 부르는 이 전례력상 절기는, 주현절이건 공현절이건 어떻게 부르든 예수의 신성이 최초로 현현을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다만 만다야교나 마니교 같은 주로 영지주의를 지향하는 기독교의 분파나 동방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이후를 메시아로서의 예수가 진정으로 나타난 것으로 도케티즘의 관점에서 본다.
이 날은 유럽의 천주교에서 매년 1월 6일로 통일되어 있고, 한국에서는 매년 1월 2일에서 8일 사이 주일로 지정된다.
유럽에서는 이 날을 소성탄절, 신현절, 동방박사의 날, 세 왕의 날이라고도 부른다.
2. 동방박사의 의미
현재의 팔레스타인에 베들레헴이라는 읍이 있었다.
예수는 그 동네의 마굿간의 구유 위에서 태어났다.
예수의 탄생 전에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하늘에 큰 별이 뜬다.
동방에서 박사들이 하늘에 떠 있는 그 별을 보고 메시아의 탄생을 직감하고 중동 땅으로 찾아온다.
이들의 구체적 모습과 이름은 성경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한참이 지난 6세기가 되어서야 정례화된 상징으로써 기록된다.
동방박사는 알파벳이나 헬라어와 아베스타어와 아라비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대체로 마고, 마구스, 복수형으로는 마기(영어로는 매자이)로 불린다.
점성술사나 마술사라는 뜻으로 보통 인식되는 단어인데, 기실 이 단어는 페르시아어에서 가차된 것으로 여겨져왔고, 메디아 왕국에서 종교 의례을 주관하던 페르시아계 제사장 계급의 호칭이다.
이들의 힘은 때에 따라 상당히 강력해서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 왕조 때에는 가우마타가 다리우스 1세를 물리치고 왕위를 찬탈하기도 했다.
다만 동방박사를 부를 때는 교유명사이기도 하다.
마고의 뜻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기존에 그들은 성경의 기록에 따라 단순히 현자로 여겨지다가 3세기가 되면서 왕으로 격상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정밀하고도 장기간에 걸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세 명 모두 조로아스터라는 종교의 수석사제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타 종교의 메시아를 경배하러 온 최초의 이교도 세 사람으로 간주되며 성인으로써 공경받는다.
마고의 의미가 조로아스터교의 수석사제라는 역사적 근거는 넘쳐나도록 많다.
3. 동방박사 세 사람
항상 구유 위의 예수에게 가장 가까이 무릎을 꿇고 황금의 형태(황금잔이나 황금궤)를 건내주는 사람은 예외 없이 왕권을 상징하는 인종상 백인종 노인 모습의 현자로 등장한다.
이 사람은 통상 멜키오르라고 불린다.
멜키오르의 뒤에 화려한 복식을 갖춘 채 터번을 두르고 있으며 발타사르라는 이름을 지닌 중장년의 흑인은 미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상징하는 이로, 몰약을 가져다준다.
가장 뒤에서 자신이 가져온 유황을 바칠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 모습의 가스파르는 신성과 사제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다만 루벤스는 가스파르를 노인의 모습으로 그렸다)
이들이 각자 가져온 황금, 몰약, 유황은 세 가지가 모두 합해졌을 때 비로소 예수가 참 하느님이시자 참 사람이시며 하늘과 땅의 왕이심을 상징한다.
구세주의 탄생을 경배하러 온 것이 그들의 목적이지만, 그들은 중동에 도착하면서 메시아를 경배하러 왔다는 목적을 밝히는 행위 자체가 메시아의 탄생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되어 예수와 그의 가족이 첫 번째 고난을 겪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예수의 탄생의 목적이 우리 인류의 원죄의 일부를 사해주기 위해서였지만 그 과정에는 큰 고통의 수반이 필연적으로 따른다는 중론으로 귀결된다.
피터 폴 루벤스 작, 1628-1629년작. 동방박사의 겅배
부록 1: 네 번째 동방박사
미국에서 쓰인 소설로 널리 알려지게 된 알티반이라는 가상의 인물이다.
원래 알티반은 세 명의 박사와 여정을 같이 떠나기로 했으나 어떤 사정으로 늦고만다.
루비, 청옥, 진주를 챙겨 늦게라도 출발했지만 도중에 가난한 이들과 곤경에 처한 이들을 만나 그들을 돕느라 여정을 시작하며 챙겼던 루비와 청옥을 나눠준다.
드디어 33년만에 예루살렘에 도착했지만 그 날을 공교롭게도 예수가 처형을 당하는 날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알티반은 마지막 남은 진주라도 건네어 예수를 구해야겠다는 심산으로 십자가형이 집행되는 골고타 산으로 헐레벌떡 뛰어가던 중 또 불쌍한 이를 만난다.
잠시 갈등하던 알티반은 그 진주를 불쌍한 이에게 건내고 예수를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허탈해 하던 와중, 예수는 결국 숨을 거두고 성경에도 언급이 되는 -유대교 회당의 장막을 찢었던- 지진이 터진다.
지진에 굴러떨어진 기왓장에 머리를 맞아 숨이 멎어간다.
숨을 거두기 전 진주라도 드리지 못하고 간다며 용서를 구하는데 환시를 통해 예수는 알티반에게 얘기한다.
“네가 구한 모든 사람이 나였다.”
부록 2: 네 명의 헤롯;헤로데 왕
유대의 왕이었던 헤롯 대왕은 메시아라는 존재가 왕위를 차지해 자신의 권세가 흔들리고 권좌가 붕괴될 것을 우려해 유대교의 율법학자들과 수석사제들과 함께 비상 대책회의를 소집한다.
이후 이 왕은 어린 예수를 죽이기 위해 해당 지역의 남아를 모두 죽이라고 지시한 유아대학살의 장본인으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만, 당시 해당 지역의 인구를 감안했을 때, 죽은 아이의 수는 20여명이다.
예수가 죽은 후, 예수의 측근들 중 가장 먼저 순교 당한 세례자 요한의 참수를 지시한 왕은 헤롯 대왕의 차기 왕이었던 헤롯 안피타스 왕이었고, 이후 예수의 제자들 중 가장 처음으로 순교 당한 야고보 사도의 처형을 명하고 베드로 사도를 옥에 가두며 초대 교회를 박해한 왕은 헤롯 왕조의 세 번째인 헤롯 아그리파스 1세였다.
해당 왕조의 마지막이자 네 번째 왕인 헤롯 아그리파스 2세는 친 유대교적 정책을 펴면서 사도 바오로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로마의 폭군이었던 네로 황제로부터 영토를 할양받기도 하였고 이베리아 반도 출신의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 시대까지 살다가 생을 마친 기록도 있다.
보통 이스라엘이 로마제국 통치하 시리아 속주의 식민지로 인식되어 왔으나 헤롯 왕가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것이 부정되며 로마의 가장 특이한 준자치 지역이라는 것이 이 단편적인 예만으로도 증명된다.
'왕너구리의 메세타 고원에 불 붙이기 > 족보따지기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PLUS ULTRA의 의미 (0) | 2017.12.12 |
---|---|
10월 12일, 오늘은 뭐하는 날인가? 1부 (1) | 2017.10.12 |
스페인의 건국신화 (3) | 2017.09.19 |
주요 이슬람 사원 (0) | 2016.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