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앞으로 기차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매시간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다음 정차는 없습니다” 였습니다.
내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서둘러 뛰면 내릴 수도 있었지만, 어느 새 귀엽고 조그만 것이 제 다리를 붙잡고 저를 올려다 보고 있더군요.
그때부터 저는 뛸 수가 없었습니다.
옆 자리에는 나이가 여든이 다 된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다소 답답하여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제는 아예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저같은 사람들이 자기 나이가 되면 그때 타협하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언젠가 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독주를 입에 머금고 불을 붙여 뿜어대는 등 온갖 난동을 부렸습니다.
객실칸은 반쯤 불탔는데 그래도 기차는 멈추지 않더군요.
멈춰지지 않을 것을 알고 내리기를 체념했지만 저는 그래도 내리고 싶습니다.
제가 탄 기차는 시간이라고 불립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멈추지 않습니다.
누가 제발 이 기차를 좀 멈춰주십시오.
저는 내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있는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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