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박지인과의 문제로 인해 삶의 터전이 홀랑 불 탄 국밥집 할망구의 소식을 들어보니, 식당을 불태운 원인은 고양이였으나 고양이는 이미 숨진 상태라 보상을 청구할 수 없어서 상심에 빠져있다고 하더군요.
그리하여 박지인을 대신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문안 드리러 가서 74,892원의 위로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내며 인사를 드렸는데, 그 봉투를 보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나는 전혀 안녕하지 못한데 니가 허락도 없이 인사했으니까 케이나인 자주포 전차 몰고 가서 일가족 공개처형하고 니 자손 천대 만대가 길바닥에서 가장 비참하게 빌어쳐먹는 것이 확정되었으며, 빠른 시일 내로 브라우닝 산탄총으로 니 어미년 대가리 천갈래 만갈래로 개박살낼 것이다. 그러고보니 니 어미년은 확실한 시팔년인데 왜냐하면 니 어미년이 시팔련인 데에는 아무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내가 시팔련이라고 부르면 시팔련이 아니라 하더라도 무조건 시팔련이 된다."
라고 온갖 쌍욕을 하길래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어깨 탈골될 정도의 풀스윙으로 할망구 대가리를 개박살내고 귀가했습니다.
오늘 저는 크나큰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기 전에는 인사를 해도 되겠는지 먼저 묻고 나서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을요.
인사조차 가려가며 해야하는 각박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경계하며 심지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다투고 죽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항상 범죄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자들을 패죽여야 하겠지요.
항상 말씀드리듯, 저는 아버지가 만수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버지께서 제게 누누히 말씀하신 것처럼, 실천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아버지에게 감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추신.
그래도 그 할망구의 욕 덕분이 감사할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최근 개발한 수명계측기로 제 수명을 측정해보니 저번 주보다 무려 4세기나 더 연장이 되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녹음을 해뒀다가 열심히 연습해서 아버지께 매일 수명 연장을 시켜드릴 걸.. 후회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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