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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월 31일은 무슨 날인가

21세기 17년 10월의 마지막 날, 31일 오늘은 루터가 종교개혁을 공표한 날이자 정확히 50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대중에게는 할러윈;할로윈으로 익숙한 날짜이기도 하고 핼러윈은 만성절 전야를 지칭하는 의미에 가장 가깝다.


⇧ 마르틴 루터. 막후들과 제후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까를로스 5세를 상대로 보름 회의에서의 명령을 거부하고 결국 그를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 인물이다. 본디 천주교의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수도사제였고 로마의 세속화와 면죄부;면벌부 판매에 크게 반발하고 이신칭의를 주장하며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대학교 성당 문에 95개 논제를 게시한다.



2. 이 날을 만든 놈들은 앵글로색슨족

서기 4세기 말에 훈족이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연맹왕국을 건설하고 동고트족이 토벌 당하자 유럽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것도 모자라 5세기에 접어들며 멸망 수순에 접어든 철수한 로마군에 의한 군벌이 할거하고, 북부와 서부에서 픽트족과 아일랜드 유랑집단이 침략을 해오며, 켈트족, 반달족, 동고트족, 부르군트족, 노르만족까지 가세하고, 사산조 페르시아는 마즈닥 교단의 세력 확대에 맞물려 귀족에 대한 폭동에서 기인한 북상으로 그야말로 대혼전이 펼쳐진다.

고스란히 영향을 받은 독일의 북서부 해안과 윌란 반도 해안에 살던 삭손족 내부에도 분열이 일어난다.
끝까지 항거하던 삭손족은 현재 독일의 작센 지방에 정착하였고, 밀려난 세력은 바다를 건너가 잉글랜드 북동부인 이스트 앙글리아 지방의 남부 슐레스비히에서 비롯된 앙글족;앙겔른을 흡수하여 일부는 고대 7왕국 중 하나인 머시아 왕국을 세웠고, 현재 런던 남동부의 켄트주 일대에 정착한 주트족과 켈트족을 포함한 여러 부족을 흡수하여 현재 영국의 실질적 조상이 되는 앵글로색슨족이 된다.



3. 할러윈의 뜻

할로윈;할러윈, halloween.
풀어서 쓸 때 첫 단어인 hallow는 고대 앵글로색슨족의 언어로 성인을 뜻하며, 여기에 전야제를 뜻하는 even과 만나 hallow’s even 혹은 hallow’s evening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even은 v를 생략하여 e’en으로 표기하고 생략 부호인 어파스트로피를 미국과 영국은 통상 제외하나 캐나다는 병행 표기한다.

정확한 뜻은 만성절 전야제로, 정확히는 한국의 종교용어로 만성제라고 부른다.
대체로 앵글로색슨족이 흡수한 족속 중 하나인 켈트족의 전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켈트족은 전통적으로 새해의 시작을 겨울의 첫 번째 날로 간주했으며, 그 날짜는 켈트족이 겨울이 시작하는 날짜인 11월 1일로써 (이 관념은 로마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겨울이 시작되는 밤에는 조상을 비롯한 온갖 것들이 영계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있었다.
바로 여기서 할러윈이 기인된 것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4. 현 시대의 할러윈

천주교 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표방하는 할러윈은 미국 방식에서 파생된 한 갈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유럽 등의 서방 전체가 즐기는 문화가 아니며, 미국의 방식은 절대적으로 미국만의 방식으로써 아일랜드에서 유입된 이민자들로부터 전파되어 고도로 상업화된 미국식 놀이문화와 만나 매스미디어에 의해 전세계에 미국식 할로윈 행사가 전파되었다.

이교도, 그리고 우상숭배를 금기하는 기독교도의 융합된 형태의 문화로 미국에서조차 보수 기독교 사회에서는 큰 반감을 보이며 배척하고, 유럽에서도 지나치게 미국적인 문화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점진적 증가세에 놓여있다.
다만 같은 유럽 지역이라는 바운더리 내에서 오랜 기간 접해온 익숙함은 있기 때문에, 한국처럼 할러윈의 본질은 알지 못한 채 변질된 형태로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경우는 훨씬 적다.

근래에는 기독교적 가치관의 축소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는 세속주의, 이제는 당연시되는, 신은 있다고 여기되 종교는 믿지 않는 시대상, 더 나아가 무신론 등의 반영으로 본질적 의미로 이 시기를 거치는 경우는 급감하고 있다.



5. 스페인에서의 할러윈

스페인에서도, 그리고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멕시코와 중남미 몇몇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개념의 축제가 있다.
먼저 할러윈 데이인 10월 31일에 스페인에서는 día de las brujas (마녀들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날인 11월 1일에는 다른 기독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día de todos los santos (모든 성인의 날;만성절, 그리고 국경일)가 시작되고, 마지막으로 사흘 째인 11월 2일 día de los muertos (망자들의 날)에는 만성절이 하루 더 이어지면서, 먼저 이승을 떠나간 지인들과 가족들이 살아있는 자들을 만나러 온다고 여겨지는 날이기도 하여, 아일랜드의 순무나 호박(재코랜턴) 대신 해골을 이 날의 상징으로 삼는다.
따라서 사람들의 분장은 해골이 주를 차지하고, 마을, 도시 단위마다 들어서 있는 공동묘지애는 각 무덤 주인의 가족들이 가져온 음식이 가득하며, 거리 곳곳에 해골 장식이 걸리면서 축제가 각지에서 열린다.


⇧ 멕시코 수도 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망자들의 날 행사 행렬.

스페인의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은 조금 다른 형태로 시기를 보낸다.
10월 31일 noite dos calacús (호박들의 날)에는 재코랜턴과 유사한 호박을 깎는 행사, 불지피기 행사, 미국과 영국의 경우와 비슷한 트리키 오 트리팅 (재코랜턴을 걸어둔 집마다 찾아가 현관을 두드리며 사탕 등의 간식을 얻는 행위) 등을 하며 켈트족의 것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날의 피날레는 지방의 전통주인 queimada (께이마다)로 장식한다.
오렌지와 레몬의 껍질, 갈지 않은 볶은 커피콩, 브랜디와 비슷한 풍미의 사탕수수로 빚은 술을 섞은 것인데, 보통 호박을 돌려깎은 잔에 술을 채우고, esconxuro 에스꽁슈로라는 독특한 리듬의 주문을 외우고 나서 잔을 비운다.


⇧ 갈리시아 전통술 께이마다. 불이 붙을 정도로 강력하다!

같은 기간,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까딸루냐 지방의 전체적인 모습은 차라리 미국의 것과 많이 닮아있다.
유명한 술집이나 클럽은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다양한 행사와 콘서트가 열린다.
와중에 지역만의 특징으로 castanyada 까스따냐다라는 전통 문화를 통해 시내 주요 길목마다 설치된 매대에서 군밤, 군고구마, panellet 빠녤렛 (마사빤, 아몬드 등을 섞어 만든 전통 케익) 등을 먹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가을 축제를 앞서 언급한 갈리시아 지방에서 마고스또 기간에, 갈리시아의 동쪽에 인접한 아스뚜리아스 지방에서 마구에스뚜 기간에도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날 바르셀로나에서는 monjüic 몬쥬익, les corts 러스 꼬르츠, poblenou 뽀블레너우 등에 위치한 공동묘지에서, 묘지를 가득 메우는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지는 조상들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들고 있는 수많은 초들의 장관을 볼 수 있다.
sant feliu sasserra 썽 펄리우 서세라 마을의 plaça de l’església 쁠라싸 델러스글러시아(에스글레시아 광장)에서는 10월 31일부터 이틀간 마녀축제가 열린다.
종교재판기에 마법을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아 처형당한 23명의 억울한 여인들의 일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 행렬은 동네 곳곳의 가장 좁고 어두운 길을 관통한다.
이 축제는 다음날 최고조에 이르면서 매대, 예술가, 춤추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에스글레시아 광장의 마녀축제

스페인의 만성절은 상업적인 미국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체로 망자들을 기리고 삶의 영속성을 축하하며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묘를 하고 술과 음식을 나눈다.
말라가, 까디스, 산세바스띠안 등도 그들만의 색채를 가진 채 행사가 열린다..만 쓰다보니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이 항목은 여기서 마친다.



6. 할러윈 다음 날인 만성절의 의미

이렇듯 11월 1일 만성절에는 모든 성인들을 기린다.
종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스페인, 오스트리아와 독일 남주의 바이에른 같은 비프로이센, 스위스, 벨기에 등 주류 천주교 국가와 성공회나 감리교를 주로 믿는 영국 등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의 기간을 모두 연달아 만성절로 지정하고 오스트리아는 대부분 지역에서 공식 연휴로도 (지역에 따라 비공식이기도) 지정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대의 루터교 국가들을 비롯한 여타 개신교 국가 (영국 제외) 등은 할러윈을 지키지 않거나 만성절도 전례력상 절기에서 제외시키기도 한다.

영세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영명축일을 갖고 있지만, 세례명 자체가 성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닌 경우 특정 영명축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기일을 알 수 없는 (정해지지 않은) 성인, 성녀가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신자들의 영명축일이 바로 만성절이다.

만성절이 제정된 것은 서기 609년 5월 13일, 보니파시오 4세 교황에 의해서였고 5월 13일로 만성절이 지켜져오다가 훗날 그레고리오 4세 교황에 의해 11월 1일로 변경, 확정되었다.
아마 켈트족의 전통과 문화에 관한 연구 결과로 농번기를 피하고 켈트족의 겨울의 시작이자 추수철의 마지막이었던 11월 1일로 그래고리오 4세가 변경하고자 마음 먹었을 것으로 중론이 모아진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