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이 2022년 7월 21일자로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I Was Wrong About Inflation을 번역하였습니다.
원본 출처: https://www.nytimes.com/2022/07/21/opinion/paul-krugman-inflation.html
Opinion | I Was Wrong About Inflation
Some economists warned that the American Rescue Plan would be inflationary. Others, like me, were fairly relaxed.
www.nytimes.com
2021년 초, 새 민주당 대통령과 (간신히) 민주당 의회가 제정한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에서의 구제안의 결과가 야기할 결과를 두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 구제안이 위험할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 다른 사람들은 상당히 느긋한 쪽이었다.
난 느긋한 쪽에 속했다.
물론 결국에는 크나큰 오판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확히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의 논쟁과 그 이후에 일이 전개되는 방식 모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는 대립되는 경제 이데올로기(이념) 간의 논쟁이 아니었다.
래리 서머스부터 딘 베이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저명한 인물들은 중도좌파의 정치 성향을 가진 케인스 경제학자들이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적어도 질적인 의미에서 경제 정책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논쟁에 참여한 누구든 적자 지출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고, 또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더 탄탄할수록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우리는 그보다는 규모에 대해 논쟁했다.
구제안은 달러로 환산하면 엄청났는데 인플레이션 쪽으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경고한 대로 통상적 규모의 ‘승수(1달러의 추가 정부 지출에 의한 국내 총생산의 증가)’가 있다면 경기는 크게 과열될 것이다.
즉, 고용 및 국내 총생산이 지속 가능한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일시적인 급증으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느긋한 쪽의 사람들은 GDP의 급증은 구제안의 금액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제안의 주요한 일환은 납세자에 대한 일회성 수표였는데 우리는 이 일회성 수표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절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한 일환은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이었는데 우리는 이것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지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또한 GDP와 고용에 일시적인 과잉이 있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상당히 평탄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급상승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과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의아한 점은 이렇다.
구제안의 승수는 사실 비교적 낮았던 것 같다.
많은 소비자들은 수령한 수표를 저축했고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은 GDP의 1% 미만으로 증가했다.
고용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했으며 실질 GDP는 팬데믹 전과 거의 비슷한 추세로 회복되었지만 그 이상을 상회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결국 급상승했다. 왜일까?
전부는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급상승의 상당 부분은 팬데믹과 관련된 혼란이 반영된 것이리라.
감염에 대한 우려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인해 지출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이 서비스에 소비하는 지출을 줄이고 제품에 소비하는 지출을 늘리면서 선적 컨테이너의 부족과 항만 수용량의 과부하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혼란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닌 많은 국가들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처음에는 경제에서 비교적 좁은 부분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상술한 팬데믹과 관련된 혼란의 예처럼 그 폭은 더 넓어지게 됐다.
그리고 GDP나 실업률이 보여주는 수치보다는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 수와 같은 여러 지표들이 경제가 더 뜨겁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경제가 지닌 생산 능력은 이전 추세와 비교해 보면 조기 퇴직, 이민 감소, 육아 부족과 같은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해 저하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봤음에도 과열로 인해 이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야기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는 즉, 2021년 초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했고 그래서 결국 옳았던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던 내 인플레이션 모델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근거를 대며 인플레이션 쪽으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이 구차한 변명처럼 여겨진다는 것은 알지만 이는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과거의 경험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 생산량이 기존을 밑돌았기에 경제는 거의 항상 다소 냉각된 채 유지되었고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얼마나 냉각되었는지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활성화된 경제 속에서 GDP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더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팬데믹에 대한 적응 및 그 여파와 관련된 혼란이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미래를 조망해 보면 경제는 현재 냉각되고 있다.
1분기의 GDP 하락은 아마도 기이한 일이겠지만 전반적인 성장은 추세를 하회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교류하는 민간 부문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거나 곧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몇 달 후의 상황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좌우지간 내게 남은 경험은 겸손의 교훈이었다.
믿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표준 경제 모델들은 2008년 위기의 여파로 꽤 좋은 성과를 냈고 나는 2021년에 해당 모델들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에 직면한 지금에 이르러 돌이켜 보면 그런 추론은 안전한 베팅이 아니었음을 나는 깨달았어야 했다.